PC가 움직일 수 있도록 전력을 공급해주는 전원 공급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 PC 부품들처럼 전력 소모가 높은 경우에는 전원 공급기의 성능이 더욱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PC의 전력 소비량이 커지는 추이를 잘 살펴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알 수 있다.
기존에 PC 부품 중 전력 소비가 높다하면 CPU와 HDD 정도가 가장 많은 전력을 끌어다 썼지만 요즘은 미세 공정과 저전력 기술로 전력 소비량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CPU) 그에 반해 전력 소비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다크호스는 바로 그래픽카드라 할 수 있다. 요즘 중고급형 그래픽카드들은 PCI-Express 슬롯이 제공해주는 최대 75W의 전력량으로도 모자라 대부분 추가적인 12V PCI-Express 6핀 보조전원을 필요로 한다. 심지어 12V 보조전원을 두 개나 필요로 하는 제품도 있다. 여기에 SLI나 크로스파이어 기술로 그래픽카드를 두 개씩 쓰려한다면 12V 보조전원이 최소 두 개에서 네 개씩 필요해진다.
이렇게 PC의 높은 전력소비를 감당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전원 공급기를 고출력 제품으로 바꿔버리면 간단하다. 그러나 문제는 고출력 전원 공급기의 값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업그레이드하고 남은 전원 공급기는? 물론 여러가지로 처리할 방법이 있지만 잘 쓰던 제품이라면 아무래도 아까운 면이 없지는 않다.
지금 쓰고 있는 전원 공급기를 유지하면서 고성능 그래픽카드도 쓸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본 이들에게 흥미 있을만한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스파클텍이 내놓은 그래픽카드 전용(!) 전원 공급기로 대만의 FSP (SPI) 그룹이 제조한 FSP300-1E01 이란 제품이다. 그래픽카드 전용 전원 공급기라는 다소 독특한 개념의 이 제품이 과연 어떤 실력을 가졌을지 알아보았다.
SPARKLE FSP300-1E01
유통사
스파클텍
제조사
FSP / SPI
제품명
FSP300-1E01
정격출력
300W
PFC 회로
Active PFC
12V 출력
25A
냉각팬
40mm : 2개
전원 케이블
PCI-Express 6핀 전원 - 2개
크기
190 x 145 x 42 mm
A/S
무상 3년
값
6만 5천원 선
전원 공급기라 생각하기 힘든 외형의 FSP300-1E01의 모습이다. 얼핏 보면 광학 드라이브나 하드랙 정도로 보일 수도 있겠다. 단독 작동이 아닌 주 전원 공급기에 추가적으로 연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5.25인치 베이에 장착되며 전면의 베젤 부분은 PC 케이스 외부로 노출된다.
일단 FSP300-1E01이 도대체 뭐하는 녀석인지 개념만 간단히 확인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FSP300-1E01은 그래픽카드의 12V 6핀 보조전원 단자에 전원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픽카드가 연결되는 PCI-Express 16배속 슬롯의 최대 전력 공급량은 75W 다. 하지만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75W를 훌쩍 넘어가는 전력 소비량을 가진 제품들이 많다. 이 경우 12V 6핀 보조전원을 받아 모자른 전력을 공급받는 것이다. 소비 전력이 75W 이하지만 안정성 확보를 위해 12V 6핀 보조전원을 요구하는 그래픽카드도 있다.
FSP300-1E01은 이 12V 6핀 보조전원을 책임지고 공급해준다. 주 전원 공급기는 12V로 공급할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숨통이 트이는 것이며, 이로인해 주 전원 공급기와 FSP300-1E01이 힘을 합쳐 하나의 전원 공급기로는 할 수 없었던 고사양 PC를 돌릴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 NVIDIA의 SLI Ready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박스 사진에 얼핏 지나간 SLI 로고를 보았는가? 맞다. FSP300-1E01은 NVIDIA의 SLI Ready 규격을 통과한 제품으로 이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아무 전원 공급기나 쉽게 받을 수 없는 SLI Ready 인증으로 인해 FSP300-1E01의 탄탄한 실력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FSP300-1E01은 그래픽카드 전용 전원 공급기답게 전원 출력이 12V 달랑 하나다. 5V나 3.3V 전원이 없어서 아쉬울 필요는 없다. 애초에 목적이 다른 제품인 만큼, 12V 하나만 잘 하면 된다. 12V 출력은 25A의 세기를 가지고 있으며 정격 출력은 300W, 최대 350W 까지 출력을 낼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FSP300-1E01의 입출력부는 아주 간단하게 되어있다. 전원 케이블 수가 많지는 않지만 편리한 스마트 케이블 방식도 채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구성은 12V PCI-Express 보조전원 출력부, 스탠바이 5V 전원 입력부, AC 전원 입력부 세 가지다. 5V 전원 입력을 받는 이유는 PC의 ON/OFF 상태를 주 전원 공급기로부터 통보받기 위함으로, 전력을 주 전원 공급기로부터 끌어다 쓰는 용도는 아니니 오해 없도록 하자. 가장 우측의 AC 입력부에서 알 수 있듯이 FSP300-1E01은 AC 전원을 직접 받아 12V 전원으로 전환해 그래픽카드로 공급해준다.
▲ 2개의PCI-Express 6핀 보조전원 단자
FSP300-1E01에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PCI-Express 6핀 전원 단자가 제공된다. 이를 이용해 SLI와 크로스 파이어 그래픽 구성을 꾸밀 수 있다. 필자가 받은 제품에는 두 개의 6핀 연결이 가능한 케이블만이 제공되어, 6핀 단자가 총 4개 필요한 GeForce 8800 GTX SLI 구성은 할 수 없었지만, 스파클텍 측에서 차후 4개까지도 확장이 가능한 케이블이 제공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으니 기대해 볼만하다.
▲ AC 전원 입력용 브라켓
FSP300-1E01로 전원을 넣어줄 AC 전원 입력부는 따로 후면 브라켓으로 준비되어 있다. PC의 남는 자리에 입력 브라켓을 설치한 후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주면 끝.
▲ 5.25인치 베이에 장착된 내부 모습
4핀 전원 케이블이 앞서 설명한대로 스탠바이 신호를 보내주어 주 전원 공급기와 FSP300-1E01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AC 전원 입력 브라켓은 가장 우측에 꽂아 주면 된다.
FSP300-1E01의 옷을 한꺼풀 벗겨 놓으니 이제 좀 전원 공급기다운 모습이 보인다. 여타 ATX 전원 공급기와 마찬가지로 EMI 필터와 트랜스포머, 캐패시터와 PFC 회로 등 친숙한 부품들이 장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00W 전원 공급기 이상의 탄탄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자.
▲ EMI 필터 - AC 전원 입력부에 위치하는 EMI 필터는 입력 전류를 걸러주어 깨끗한 파형을 갖도록 해준다.
▲ 400V 270㎌ (마이크로 패럿) 메인 캐패시터
고효율을 내기 위한 액티브 PFC 회로가 장착된 전원 공급기들은 대체로 400V 캐피시터를 쓴다. FSP300-1E01도 액티브 PFC 회로를 갖춘 만큼 400V 270㎌ (마이크로 패럿) 용량의 캐패시터를 얹었다. 캐패시터의 낙서는 필자가 한 것이 아니니 오해 없기를... 흔히 품질 검수 과정에서 합격을 받은 캐패시터에 하는 표시다.
▲ 12V 전원으로의 변환을 맡는 트랜스포머
▲ 안전 퓨즈 - 과전압으로부터 FSP300-1E01과 그래픽카드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다.
▲ 두 개의 40mm 냉각팬 - 제품 높이가 높이인 만큼 (42mm) 커다란 냉각팬을 달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40mm 팬 치고는 소음은 크지 않은 수준이니 소음 걱정은 그다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FSP300-1E01의 전면은 케이스 외부로 노출되기 때문에 파란색 LED를 달아 심심치 않도록 했으니, PC에 한껏 멋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테스트는 간단하다. PC의 전원 공급기만으로는 버티지 못할만한 부품들로 PC를 구성한 후 FSP300-1E01을 연결하여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줄지 알아볼 것이다. 다만 FSP300-1E01은 단독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특성상, 같은 제조사의 300W 전원 공급기인 스파클텍 ATX-300PN과 짝을 이뤄 테스트 된다.
테스트 PC의 구성은 쿼드 코어 프로세서인 코어 2 쿼드 Q6600과 GeForce 8800 GTS 두 개를 SLI로 구성해 전력 소모가 높아지도록 했다. 테스트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300W 전원 공급기로 돌리기엔 무리인 수준의 전력 소비량을 요구하게 되므로, FSP300-1E01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지에 따라 테스트 PC의 작동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외에도 FSP300-1E01 구성시의 전력 효율이 어느 정도 될지도 알아보자.
▲ 전력 측정계 - PC가 소비하는 전력량을 알 수 있다.
▲ 스파클텍 ATX-300PN - 300W의 정격 출력을 가진 제품으로 FSP300-1E01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 GeForce 8800 GTS SLI - 전기 많이 먹기로 소문난 이 두 그래픽카드를 300W 전원 공급기로 돌릴 수 있을까?
▲ 테스트 PC의 모습. 보통은 오픈된 상태로 테스트하는데, 이번엔 특별히 K기자가 조립해 주었으니 케이블 정리가 안 되어있다고 욕하지 마시기를...
▲ 풀로드시 테스트 PC 전체가 쓰고 있는 전력량.
우선 테스트 PC가 어느 정도 전력 소비량을 갖는지 알아보자. 3DMark06을 돌려 PC가 최대 성능을 내도록 한 후, 전력 측정계에 측정된 테스트 PC의 전력 소비량은 평균 434W에 달했다. 전원 공급기의 효율을 감안하면 실제 PC가 쓰고 있는 전력량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전원 공급기에 가해지는 부하는 430W가 넘어가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평균 430W의 전력 소비량은 주 전원 공급기인 ATX-300PN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수준이다.
그럼에도 테스트 PC는 아무 문제없이 잘 작동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래픽카드의 12V 전원을 추가적으로 공급해주고 있는 FSP300-1E01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과연 FSP300-1E01가 어느 정도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지 개별적인 소비량을 보자.
▲ FSP300-1E01 12V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쓰고 있는 전력량.
▲ 같은 상황에서 주 전원 공급기인 ATX-300PN가 담당하고 있는 전력량.
FSP300-1E01과 ATX-300PN이 각각 담당하고 있는 전력량을 보자. FSP300-1E01은 151W 가량, ATX-300PN은 281W 정도를 쓰고 있다. 둘을 합치면 433W 정도가 되어 처음 알아보았던 테스트 PC의 전력 소비량과 거의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이 430W의 전력 소비량 중, FSP300-1E01은 전체 소비전력의 1/3 수준인 150W 를 담당했다. 이로인해 주 전원 공급기인 ATX-300PN만으로 돌릴 수 없었던 테스트 PC를 무사히 돌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정도라면 FSP300-1E01 본연의 임무는 충실히 수행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결과값이 낮을 수록 전력 효율이 좋은 제품이다.
이번 테스트는 PC의 부품들은 모두 동일하게 유지한채 전원 공급기만 교체하여 FSP300-1E01 구성시의 전력 효율이 어느 정도 수준을 보일지 알아보았다. 전원 공급기로 전원이 입력되어 PC로 보내지기 위한 변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전력 손실이 일어나는데 이 손실이 적을 수록 효율이 좋은 전원 공급기라 할 수 있다.
비교대상은 정격 600W의 출력을 지닌 시소닉의 S12-600 제품으로 FSP300-1E01과 ATX-300PN의 합계 출력과 비슷해지고 전력 효율도 비교적 좋은 제품이기에 비교대상으로 골랐다. 다만 FSP300-1E01과 ATX-300PN의 구성의 경우는 두 개의 제품이 합쳐진 결과가 나오기에 정확히 FSP300-1E01의 효율이라 보기는 무리가 있다. 이점 참고해서 봐주기 바란다.
결과를 보면 시소닉 제품이 효율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의 결과가 나왔는데 아이들시에는 약간 낮지만 풀로드시에는 오히려 FSP300-1E01 + ATX-300PN이 더 효율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TX-300PN의 경우 액티브 PFC 회로를 쓰지 않은 제품으로, 시소닉 제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효율이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무래도 FSP300-1E01 쪽에서 비교적 좋은 효율을 낸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예상해 볼 수 있겠다. 3만원 + 6만5천원의 조합치고는 꽤 성적이 좋지 않은가?
그래픽카드 전용 전원 공급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타고난 제품이니 만큼 FSP300-1E01은 여러모로 흥미있는 제품이었다. ATX 2.0 규격 이후로 계속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12V 보조 전원만을 위한 제품으로, 기존에 쓰고 있던 전원 공급기를 유지하면서 전력 공급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고 싶은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에서 보듯이 주 전원 공급기의 전력 부하를 보조하여 낮은 출력의 전원 공급기에서도 얼마든지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해주었다.
탄탄하게 구성된 FSP300-1E01은 단일 그래픽카드는 물론 SLI와 크로스파이어 구성시에 더욱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되며, 실제 테스트에서도 300W 전원 공급기와 함께하여 GeForce 8800 GTS의 SLI 구성을 돌리는 좋은 실력을 내주었다. NVIDIA의 SLI Ready 인증을 받은 것도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좀 더 높여주며, 밋밋할 법 한 전면부에 파란색 LED를 달아 추가적인 튜닝 효과를 내주는 것도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GeForce 8800 GTX 두 개를 SLI로 돌릴 수 있을만한 실력을 지녔음에도, 단지 이를 위한 케이블이 부족하여 구성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GeForce 8800 GTX는 그래픽카드당 12V 6핀 보조전원이 두 개씩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곧 등장할 ATI와 NVIDIA의 차세대 그래픽카드들에서도 12V 6핀 전원 단자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미래를 대비해서라도 6핀 전원 케이블의 추가는 조속히 해결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이 문제는 케이블만 제공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로, 스파클텍 측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추가적인 케이블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하니 추후 해결될 수도 있다.
(실은 필자가 하도 아쉬워서 기본 제공되는 케이블을 개조하여 작업을 해보았으나... 아쉽게도 실패했다;;)
FSP300-1E01은 애초에 주류 시장을 노리고 나온 제품은 아니다. 틈새 시장을 노린, 고성능 PC를 안정적으로 돌리려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전원 공급기에 추가적으로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다는 것이 FSP300-1E01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바로 값이다. FSP300-1E01은 현재 6만5천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6만5천원이라면 값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좋은 수준의 전원 공급기를 구입할 수도 있는 값이며, 혼자 작동하는 제품도 아니기에 주 전원 공급기의 값까지 생각해보면 최소 9만원 정도는 있어야 FSP300-1E01을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분명 썩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FSP300-1E01을 이용해 600W 이상의 가상 전원 공급기를 구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저렴한 축에 든다. 필자가 보기에는 FSP300-1E01의 메리트도 충분하다고 본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